사라진 신뢰, 반복되는 '허위 종결'의 그림자
우리는 왜 같은 비극 앞에서 매번 충격을 받는 것입니까?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태는 단지 하나의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깊은 균열을 보여줍니다. 실종된 이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그 가족들은 두 번, 세 번 고통받는 이 잔혹한 반복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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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시대, 수도교 건설은 단순히 물을 나르는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시민의 삶을 보장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유지하는 공공 서비스의 상징이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수도교의 물줄기를 고의로 막거나 방향을 왜곡했다면, 이는 단순한 기물 파손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배신 행위로 간주되었을 것입니다. 오늘날, 실종자를 찾아 나서는 공권력의 역할은 이 수도교의 물줄기와 같습니다. 생사의 기로에 선 이들에게는 생명줄이며, 가족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입니다. 그런데 이 생명줄이 시스템 내부에서, 그것도 반복적으로 끊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고 의지해야 하는 것입니까?
최근 밝혀진 사례들은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제주에서 실종된 60대 남성은 재신고 하루 만에 백골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앞서 '장미란 씨 사건'으로 논란이 되었던 허위 종결 사태 이후, 또 다른 실종 사건이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 것입니다. 심지어 장미란 씨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또 다른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했고, 이 실종자는 51일 뒤 시신으로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는 우연한 실수가 아닙니다. 특정인의 일탈을 넘어선,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병폐임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가족들은 “시신이 몇 구나 더 나와야 사죄할 것인가”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이 절규는 단순한 개인의 분노를 넘어, 공권력에 대한 깊은 불신과 절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허위 종결' 사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러 시스템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첫째, 과도한 업무 부담과 인력 부족은 수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수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일선 경찰에게는 실종 사건 하나하나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둘째, '사건 종결'이라는 행정적 편의주의가 인간의 생명보다 우선시되는 경향입니다. 미결 사건 수를 줄이고 실적을 관리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현장 조사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섣부른 판단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셋째, 책임 회피와 은폐 시도입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개선하기보다는, 축소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국수본부장이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러한 사과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사회적 신뢰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입니다.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특히 공권력이 약속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필수적입니다. 실종은 그 자체로 가족에게 엄청난 상실감과 고통을 안겨줍니다. 그런데 여기에 공권력의 무책임과 부실 대응까지 더해진다면, 이는 국민들이 국가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상실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균열로 이어집니다. 공권력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 보루가 흔들릴 때, 사회는 깊은 불안과 불신에 잠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라진 이는 돌이킬 수 없지만, 무너진 신뢰는 다시 쌓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허위 종결'을 단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실종 수사 시스템의 전반적인 재검토와 인력 확충은 물론, 책임 있는 수사 문화와 명확한 책임 소재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더 이상 가족들의 눈물과 절규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권력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다시금 공권력의 수도교에서 맑은 신뢰의 물줄기를 마실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무너지지 않도록, 깊은 성찰과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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