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이 게임 개발에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지난 3일 미국에서 열린 'Capcom Open Conference RE: 2026'에서 캡콤의 프로그래머 사토시 이시다는 게임 엔진 'RE Engine'의 미래를 주제로 AI 기술을 "개발 워크플로우에 성공적으로 통합"할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그는 "AI와 함께 게임을 만드는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설명했습니다.

RE Engine은 캡콤이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같은 대작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개발한 게임 엔진입니다.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게임을 만들 때 개발진이 마주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반복 작업의 부담입니다. 배경 디자인, 텍스처 제작, 에러 수정 등 단순해 보이는 작업도 게임 규모가 커지면 수개월을 소비하기도 합니다. 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게임 완성 기간도 단축되고 개발 비용도 절감됩니다. 이시다는 AI 기술이 이런 병목을 효과적으로 풀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사진: Pexels · Pavel Danilyuk

캡콤의 구체적 계획은 RE Engine을 "AI 생성형 게임 엔진"으로 점진적으로 진화시키는 것입니다. '점진적'이라는 부분이 중요한데요. 한 번에 모든 시스템을 바꾸는 게 아니라, 단계별로 AI 기능을 추가하면서 개발자들이 새로운 워크플로우에 천천히 적응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를 통해 반복 작업을 대폭 자동화하고, 게임 개발 속도를 높이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 움직임은 캡콤의 과거 입장과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캡콤은 이전에 "AI가 생성한 이미지나 음성, 텍스트를 최종 게임 결과물에 직접 사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보면 그 경계가 흐릿해지는 중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런 입장입니다: "최종 게임에 AI 생성 자산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개발 과정 자체를 효율화하는 도구로는 AI를 활용하겠다." 약간 문을 열어 둔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게임 업계 전체가 직면한 현실을 반영합니다. 게임 개발은 매년 더 복잡해지고 필요한 인력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예산이 커질수록 개발 기간도 길어지는 악순환 속에서, 대형 게임사들도 AI를 '개발 효율화 수단'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캡콤이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AI 도구를 몇 개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게임 개발의 기반 인프라 자체에 AI를 녹여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임 개발자들 입장에서 이는 실질적인 업무 변화를 의미합니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개발진은 더 창의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배경 텍스처 작업이나 애니메이션 조정, 게임 성능 최적화 같은 작업을 AI가 먼저 처리한 후 인간의 검수와 최종 조정을 거치는 협업 방식이 가능해집니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이 계획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되는지, 그리고 게임 개발 커뮤니티와 업계가 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입니다. 캡콤의 이 결정이 선례가 되어 다른 게임사의 AI 도입을 촉진할 수도, 혹은 신중한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