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러시아 제재법의 상당수 조항을 면제했습니다. 16일(현지시간) 밤 행정명령을 통해서였고, 시행을 이틀 앞둔 시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제재를 유예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며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17일에는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왔습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엑스에 “무책임을 넘어선 처사”라고 썼습니다. 상원에서 찬성 86 대 반대 11로 통과된 법의 시행을 대통령과 참모진이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독재자에게 행정부가 굴복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화당 안팎의 반발
존 코닌 상원의원도 관련 보도를 엑스에 올리며 “린지는 경악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는 게 아니라 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이번 유예가 국가안보와는 상관없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아첨하는 일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공화당 동료들에게는 “이런 비열하고 비겁한 행동”을 규탄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민주당 돈 바이어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푸틴에 다시 굴복했고 우크라이나를 배신했다”며, 러시아의 불법 전쟁을 처벌하려고 만든 법을 무시한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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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법의 내용과 면제 범위
코닌 의원이 언급한 린지는 지난 7월 갑자기 세상을 떠난 린지 그레이엄 전 공화당 상원의원입니다. 이 법은 그를 기려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레이엄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면서 대러 강경파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큰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법은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효력을 갖게 됐습니다.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가장 많이 사는 상위 5개국 수입품에 최고 100% 관세를 물릴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줬고, 중국과 인도가 주요 대상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국가에도 관세를 매기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제재 대상은 관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고위 인사와 금융기관, 그리고 기존 제재를 피해 석유를 실어 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가운데 상당수를 면제했습니다.
러시아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이 결정을 “중요하고 진정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엑스 게시글에서는 이번 제재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라며, 경제 협력은 미국과 러시아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와 우크라이나 갈등
미국 안팎의 사정도 얽혀 있습니다. 앞서 이란 전쟁으로 미국의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산 디젤 수입과 관련한 일부 제재를 한시적으로 유예했는데, 이 조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동맹국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미국 중간선거는 보름 뒤입니다.
이번 주 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날 선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보다 “상대하기 더 어렵다”고 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연합 정상회의 연설에서 “진짜 지도자들과 함께하게 돼 좋다”고 받았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산 디젤 수입 거래를 체결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핵심 군사 지원을 거두고 있다고 비난한 상태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 능력을 떨어뜨리려면 국제사회의 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줄곧 요구해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