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0조 원의 미국 자동차 관세를 떠안으면서, 이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놓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두 회사에 납품하는 국내 부품사들이 단가 협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의 대한국 관세 근거가 1년 새 여러 차례 바뀌었는데요. 처음에는 상호관세 25%에서 지난해 7월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연방대법원 판정 후 법목이 변경되어 현재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15% 품목관세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예전엔 관세 없이 수출하던 한국산 자동차가 이제 15%를 내야 하는 반면, 같은 기간 일본과 유럽연합(EU)산은 기존 2.5%에서 15%로 올랐을 뿐입니다. 결국 한국만 FTA 혜택을 사실상 잃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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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세 부담이 두 회사의 재무에 직접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신용평가사 나신평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부담한 관세 비용은 지난해 약 7조 원, 올해 상반기 3조 원 이상으로 10조 원대에 달했거든요.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EBIT)은 2024년 24조 원에서 지난해 16조 원으로 내려앉았고,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도 약 5조 원 줄어들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비용을 누가 실제로 부담할 것인지라는 점입니다. 완성차 업체는 관세를 전액 흡수하거나 소비자 가격 인상, 원가 절감, 또는 부품사에 대한 납품단가 조정으로 분산할 수 있는데요. 시장에서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면 결국 원가 절감 압박이 협력사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나신평은 지난달 29일 세미나에서 "완성차 업체의 관세 부담이 커지며 향후 부품 구매가격 결정 과정에서 관세 비용 일부가 납품단가에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내 부품사의 협상력이 현저히 약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국내 1차 협력업체 1430곳의 매출 중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납품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협력사의 관세 부담을 전액 지원하기로 발표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부품사로 직접 넘어가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관세 부담이 장기화하면 완성차 업체의 원가 절감 압박이 불가피해지고, 부품 구매가격 협상에서 관세 비용 일부가 납품단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나신평의 분석입니다.

정부는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15%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합니다. 자동차 과잉생산을 이유로 진행 중인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거든요.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여부에 따라 관세를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압박하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관세 부담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입니다. 다만 현지 생산이 늘어나면 국내 부품사도 미국 현지 진출과 현지 조달 확대를 요구받을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부품 생산기반과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율이 15%로 정해졌다고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완성차 업체의 부담이 납품단가 인하로 협력사에 전가될 경우 자동차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완성차와 부품사 간 비용 분담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