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연립·다세대주택, 이른바 빌라의 평균 전세가격이 지난 8월 1억7642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18일 공개한 수치입니다. 2022년부터 신규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전월세 매물까지 귀해지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보면 전세가격은 지난해 2월 1억6929만원에서 꾸준히 올랐습니다. 월세도 같은 흐름인데요, 2024년 3월 54만3000원이던 평균 월세는 지난 8월 58만5000원으로 올라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지역별로도 오름세가 이어졌습니다. 경기도 빌라 월세는 2024년 7월 50만2000원에서 지난 8월 52만9000원이 됐고, 인천은 2024년 8월 35만1000원에서 지난 8월 39만6000원으로 뛰었습니다.

수급 지표도 같은 방향입니다. 수도권 빌라 전세수급지수는 지난해 12월 100.1이었다가 지난 8월 105.9가 됐습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입니다. 월세수급지수 역시 지난해 7월 100에서 지난 8월 106.4까지 올랐습니다.

현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더 드물어졌습니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 전세를 아예 받지 않는 중개사도 생겼는데, 경기도 평택시 합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빌라 월세 매물은 조금 있지만 전세 매물은 아예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빌라는 전세가율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집주인이 전세로 내놓겠다고 하면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 Pexels · Juan Pablo Daniel

인허가·착공 물량, 2022년부터 급감

매물이 줄어든 바탕에는 신규 공급 위축이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서 수도권 빌라 인허가는 2021년 6만5579가구였다가 2022년 4만5466가구로 내려앉았습니다.

2023년에는 1만5605가구로 전년의 약 3분의 1 수준까지 줄었고, 지난해에도 1만2706가구에 머물렀습니다. 올해 1~8월 누적은 1만565가구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착공도 비슷합니다. 2021년 6만3439가구였던 착공 물량은 2022년 4만5319가구로 줄었고, 2023년부터는 연간 1만가구대에 묶여 있습니다. 지난해 착공은 1만1302가구, 올해 1~8월은 8279가구입니다.

다만 지역별로 온도 차가 있습니다. 서울 빌라 인허가는 지난해 6444가구로 전년보다 67.2% 늘었고, 올해 1~8월 누적도 5977가구로 지난해 연간 물량에 가깝습니다. 서울 착공 역시 2024년 4306가구에서 지난해 5147가구로 반등했습니다.

반면 경기도는 지난해 인허가가 5461가구로 2024년보다 14.2% 줄었고, 올해 1~8월 누적은 4160가구입니다. 인천은 2024년 973가구에서 지난해 801가구로 감소했으며 올해 1~8월에는 428가구에 그쳤습니다. 착공은 경기도가 올해 1~8월 2905가구, 인천이 359가구입니다.

보증 요건 강화와 사업 구조

공급이 위축된 배경으로는 여러 요인이 꼽힙니다. 2020년대 초반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땅값이 오르면서 빌라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졌고, 토지 소유주와 사업자가 개발 수익이 더 큰 사업을 선호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2022년 금리 상승으로 사업자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고,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를 기피하는 분위기까지 퍼졌습니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강화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도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반환보증에 들려면 전세보증금과 선순위채권을 합한 금액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여야 하는데, 기존 기준은 150%였습니다. 보증이 가능한 전세보증금 한도가 낮아지면서 임대를 염두에 둔 빌라 매입자의 자금 부담이 늘었습니다.

빌라 사업의 구조도 영향을 줍니다. 빌라는 준공 뒤 분양대금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라,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공사비 일부를 채우는 아파트 선분양과 다릅니다. 임대 목적으로 신축 빌라를 사는 사람은 전세보증금으로 매입대금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데,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 줄면 자기자본을 더 넣어야 합니다. 매입 수요가 위축되면 사업자의 분양대금 회수에도 부담이 가고, 신규 공급이 막힐 수 있습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빌라가 단기 공급 수단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빌라는 1년~1년6개월이면 사업계획부터 준공까지 가능해 단기간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