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추석 연휴 사흘(9월 23~25일) 만에 20bp(1bp=0.01%포인트) 올랐습니다.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보통 주식시장이 약해질 법합니다. 기업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으로 쏠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뉴욕 증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게 하나 있는데요. 역사적으로 금리가 올랐을 때 주식시장의 반응은 금리가 오른 까닭에 따라 크게 달랐습니다.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이 금리를 올린 것인지,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가 원인인지에 따라 투자자들의 판단이 뒤바뀌었기 때문입니다.

1994년이 가장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는 2월 기준금리를 예고 없이 인상했고,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40거래일 만에 1%포인트 이상 솟구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채권이 팔리기 시작한 이후 최대 8%까지 떨어졌습니다. 5년 뒤인 1999년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가 1%포인트 올랐지만, 주식시장은 큰 낙폭 없이 혼조를 보이다가 닷컴 열풍 속에 회복했습니다.
2006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고 Fed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증시는 한동안 이를 견뎌냈습니다. 물론 나중에 경제 전망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시장도 조정을 받았습니다. 반면 2016년은 금리 상승이 긍정적으로 해석된 해였습니다. 이때 금리 급등은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 경제가 정상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를 경기 회복의 신호로 환영했고, 주식시장은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현재의 금리 급등은 어느 시나리오에 가까울까요. 하나증권은 금리가 오른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금리 상승을 끌어온 것은 물가 우려보다는 미국의 견조한 경제와 연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추석 연휴 사흘 동안 미국 10년물 실질금리(물가 영향을 뺀 금리)는 20bp 올랐지만, 시장이 전망하는 물가는 2bp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경기 회복 신호가 더 강하다는 뜻입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9월 23일 S&P 구매관리자지수의 투입비용은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고, 2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9만7000건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이런 견조한 경제지표들이 연준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시장이 반영한 10월 추가 인상 확률은 한 달 전 10% 미만에서 64%까지 뛰었습니다.
다만 금리가 충분할 만큼 올랐는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립니다. 하나증권은 최근 금리가 빠르게 올랐지만 상승세가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봤습니다. 미국 국채 지수는 역사적 과매도 구간에 아직 진입하지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추세가 꺾이려면 인공지능(AI) 투자 규모가 줄어들거나 금융환경이 더 긴축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것이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연준의 10월 결정과 그 이후 기업들의 AI 투자 흐름에 시선이 쏠린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