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부터 30일 사이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캐피털사까지 동시다발로 해킹 공격을 받았습니다. 공격자들은 중국에서 개발한 '아르텍스(ARTEX)'라는 AI 침투 테스트 도구를 사용했는데요. 이 도구는 불과 두 달 전인 7월 26일에 공개된 것입니다. 신한은행에서만 2만5727건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습니다.

유출 규모는 금융사마다 달랐습니다. 신한은행에서는 이름·연락처·연소득·대출한도까지 2만5727건이 새나갔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119명, 89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습니다. 저축은행·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 등도 피해를 입었으며, 웰컴저축은행에서만 법인고객 정보 2200여 건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러 금융사가 동시에 공격받은 만큼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공격 대상의 선택입니다. 공격자들은 인터넷 뱅킹처럼 보안이 강한 고객용 메인 시스템 대신 내부 주변 시스템을 노렸는데요. 신한은행의 대출모집인용 서비스, KB국민은행의 직원용 모바일 업무 지원 시스템이 그 사례입니다. 사이버 보안기업 스틸리언의 박찬암 대표는 "메인 시스템은 아이디·비밀번호 외에도 다른 인증 체계가 있어 보호되지만, 주변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보니 이런 공격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르텍스의 정체는 보안 점검용 도구입니다. 보안 회사들이 해커보다 먼저 시스템의 구멍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모의 해킹 시스템을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한 형태인데요. 깃허브라는 개발자 공개 플랫폼에 무료로 공개되면서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공격 방식을 보면 AI를 활용한 무차별 대입 공격이었습니다. 신한은행의 대출 서비스에 무작위로 값을 입력하면서 유효한 고객번호를 찾아낸 뒤, 그 고객들의 이름과 연락처 등 다른 정보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은 특정 금융사를 겨냥한 정교한 공격보다는, AI로 여러 금융사를 광범위하게 공격하면서 방어가 약한 곳이 뚫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아르텍스는 원래 보안 전문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였습니다. 중국에서 개발한 이 시스템은 올해 9월 24일 최신판이 공개되었고, 불과 사흘 뒤인 지난달 27일 국민은행 공격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일 보안 전문가 문종현 지니언스 시큐리티센터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격에 사용된 웹 서버에서 'ARTEX-자율 침투 테스트 콘솔'이라는 문자열이 확인됐다"고 공개했습니다.

공격자 특정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공격에 사용된 IP가 한국·미국·일본·홍콩 등 8개국에 분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고도화된 해킹조직일수록 여러 나라를 경유해 흔적을 숨긴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르텍스의 개발자로 알려진 깃허브 아이디 '아튼-27'의 정체도 파악되지 않았으며, 중국산 도구가 사용됐다는 사실만으로 공격자의 국적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건 2차 피해입니다. 이름·연락처·연소득·대출한도가 한데 모이면, 실제 대출 상담 내용까지 알고 있는 척 접근하는 정교한 피싱 사기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10월 4일 긴급 점검회의를 열어 금융권 전반의 보안 강화를 지시했으며, 신한은행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의 현장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고 당일부터 조사를 받고 있고, 비상대응반을 꾸려 직원들이 주말에도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