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최근 연쇄 해킹 사태는 공통된 공격 경로를 드러냈습니다. 대출모집인과 임직원들이 업무상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외부 웹 시스템들이 주 표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취약점은 새로운 발견이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이 2018년부터 반복해서 경고했던 바로 그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8년 전 금융감독원은 금융상품 관련 협력업체가 사용하는 조회 사이트를 '공개용 웹서버'로 분류하고 별도의 보안 대책을 적용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내부 시스템처럼 이중·삼중 보호막이 있는 것과 달리, 외부에 노출된 공개용 웹서버는 해킹에 취약하다는 판단이었는데요. 당시 금융감독원은 이 내용을 전자금융감독규정 해설서에 담아 업계에 전파했습니다.

현행 전자금융감독규정도 같은 취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융사와 전자금융업자는 내부·외부통신망 사이에 독립된 통신망(DMZ)을 분리하고, 업무 관련자만 접속할 수 있도록 이중 인증을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AI 시대에 공격의 속도와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금융사의 보안 체계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도 지난 7월 'AI 보안 위협 금융 분야 대응요령' 지침을 발표해 "AI가 금융사의 공격 표면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최근 사태를 예방하지 못했습니다. 신한은행에서 약 2만5000명의 정보가 유출되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에서도 고객 정보가 새어나갔으며, 제2금융권까지 피해가 확산했습니다.

AI 공격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반면 제도 정비는 뒤처지고 있습니다. 정보보호 투자와 보안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10개월을 넘어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은 5월에 금융회사가 보안 목적의 AI를 활용해 취약점을 탐지할 수 있도록 망분리 규제를 긴급 완화했지만, 이는 임시 조치에 불과합니다.

이 사태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진 AI 침투 도구 아르텍스(ARTEX)는 오픈AI, 앤트로픽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을 '두뇌'로 연결해 공격 목표를 분석하고 침투 경로를 자동으로 계획한 뒤 실행하는 구조입니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도구가 중국의 AI 모델 딥시크와도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금융권이 단순히 외부 접점만이 아니라 AI 모델의 출처와 시스템 접근·실행 권한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긴급 회의를 진행했고, 공격에 사용된 IP를 업계에 공유하며 자체 점검을 강화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이제 관심은 이런 긴급 지시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실행되는지, 그리고 국회에 계류된 법안 개정이 언제 이루어질 것인지로 옮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