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예외 문제를 두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핵심 쟁점으로 꼽았습니다.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나온 발언으로, 노동계와 산업계가 이 특례를 두고 팽팽히 맞서는 상황입니다.

회의의 시작은 업계의 요청이었습니다. 박건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기술 경쟁이 치열해 하루의 개발 지연이 국가 간 10년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핵심 R&D 인력의 근로시간 특례를 연내에 도입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추가 근로에 대한 보상을 노사 모두 받아들이는지 물었습니다. 박 부회장의 답은 “기본적으로 돈의 문제는 아니다”였습니다. 대통령은 노동계가 임금도 주지 않고 초과노동을 시키는 제도가 생기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고 전한 뒤, “초과 노동에 대해 할증 임금은 지급한다는 건 명확하게 서로 전제를 하고 동의하면 그 다음 단계가 건강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대전제는 특례법을 만들어서 추가 노동에 대해 보상을 안 하는 걸 구상하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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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제도 전에 기존 절차부터”

반도체 R&D 인력은 현행 제도에서도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돼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반도체 분야에서 유연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를 쓸 수 있도록 이미 조치를 해둔 상태인데요, 박 부회장은 연장근로를 신청할 때 사전 인가를 받아야 하고 고용노동부의 별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해서 불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은 “그것도 부족하냐”고 되물었습니다. 절차가 불편하다면 고용노동부가 허가를 미리 포괄적으로 내주거나 승인을 빠르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견입니다. 새로운 제도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어 대통령은 “마지막 남은 쟁점은 보수 문제도 아니고 건강권 문제 같다”며 “기존의 제도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아니면 (특별연장근로) 절차를 쉽게 할 수 있는지 서로 깊이 논의를 해보라”고 주문했습니다. 초광역특구법의 노동특례 적용과 관련해서는 근로시간 예외 조항을 고용노동부 장관의 시행령으로 다룰 여지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는 처리 속도를 높여 달라는 당부가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은 선제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하면 문제점 대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극한적으로 대립할 만큼 심각한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했고, “서로 믿어야 한다. 노동부에서 애써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살피고 신뢰를 쌓아 결과를 내겠다고 답했습니다.

국회에는 두 벌의 법안

국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법안 두 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초광역권 전략산업 특구 법안을 발의하면서 주 52시간제 예외를 담은 안과 담지 않은 안을 함께 냈습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피지컬 인공지능 등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전국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며, 민주당은 노동계와 재계의 의견 차가 큰 만큼 병합심사를 거쳐 최종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노동시간 특례에 각계 의견이 다양하다는 점을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처리 시점은 정하지 않고 충분히 토론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법안은 재정과 세제, 규제, 인재 양성, 기반 시설까지 범부처 지원이 필요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으로 발의됐고, 한 원내대표는 국회 특별위원회 설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설치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