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연구원 저스틴 드레이크는 지난 7일 수요일 X에 글을 올려 암호화폐 업계에 ‘벙커 모드’를 준비하자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AI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지갑을 지키는 수학 원리를 최악의 경우 “몇 년이 아니라 몇 달 안에” 깰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드레이크는 “업계가 차분하게 ‘벙커 모드’를 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지갑은 결제를 승인할 때 ‘개인키’라는 비밀 숫자를 쓰고, 그와 짝을 이루는 ‘공개키’는 네트워크가 승인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데 쓰이죠. 공개키를 만드는 일은 쉽지만 공개키를 보고 비밀 숫자를 거꾸로 찾아내는 일은 엄청난 계산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물쇠 모양은 누구나 볼 수 있어도 그 모양을 보고 열쇠를 다시 깎아내기는 어려운 구조인 셈입니다. 드레이크가 걱정하는 건 AI가 이 계산을 줄여주는 지름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양자컴퓨터 없이 일반 컴퓨터로도 비밀 숫자를 알아내 코인을 옮길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론상 닿을 수 있는 범위도 넓습니다. 코인데스크가 앞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공개키가 이미 블록체인에 드러나 있는 주소에 비트코인 수백만 개가 들어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사정이 조금 다른데요. 한 번이라도 거래를 보낸 계정은 공개키가 이미 노출되는 구조라서, 이더리움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된 자금도 같은 서명 체계로 관리됩니다.

실제 공격은 아직 없다

다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지갑의 키를 노린 실제 공격이 입증된 적은 없습니다. 코인데스크가 살펴본 연구에서도 그런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드레이크는 대형 보유자들이 자금을 공개키가 한 번도 블록체인에 나타난 적 없는 새 주소로 조금씩 옮겨 두라고 권했습니다.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공동창업자도 AI가 양자컴퓨터에도 버티도록 설계된 암호 일부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서둘러 지갑을 옮기다 오히려 손실이 날 수 있다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오픈AI가 공개한 수학 논문

드레이크의 경고는 지난 6일 화요일 오픈AI가 미공개 모델로 만든 수학 논문 초안 722편을 공개한 뒤에 나왔습니다. 이 모델은 약 4,000개의 연구 문제를 대상으로 시험됐습니다. 회사는 일부 결과만 컴퓨터로 증명을 확인할 수 있고 나머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아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논문들은 지난달 오픈AI가 밀레니엄 난제 7개 가운데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문제를 풀었다고 밝힌 바로 그 모델에서 나왔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결과 하나하나에 쓰인 계산량은 평균적으로 챗GPT 프로의 추론 약 세 시간 분량이었습니다.

공개된 결과 가운데 하나는 외부 연구자가 하루 만에 컴퓨터 검증을 다시 돌려봤습니다. 숫자를 표처럼 늘어놓은 큰 행렬끼리 곱하는 속도의 새로운 한계였는데, 1969년부터 수학자들이 붙잡고 있던 문제입니다. 이 결과는 검증에서 맞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AI가 지갑 키를 실제로 깨뜨린 사례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공개된 논문들의 검증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그리고 대형 보유자들이 실제로 새 주소로 자금을 옮기는 움직임이 나타나는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