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3일(현지시간)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로 유지했습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그대로 두었는데, 재정 적자와 정치 분열, 전국적인 시위가 겹친 시기에 나온 결정입니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2027년도 예산안 처리 절차가 최근 들어 가장 광범위한 시위 속에서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어려운 정치적, 사회적 여건에도 우리의 기본 가정은 재정적자를 줄이는 2027년 예산안이 결국 채택될 거란 예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4%입니다. 하원에는 과반 다수당이 없고 경제 성장률은 둔화했으며, 금리까지 오르면서 재정 건전화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공공부문 투자 부족과 높은 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며 긴축 재정에 반대하는 여론도 높습니다.
정부는 시위 대응 수위를 높였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폭력 사태가 이어지자 노동조합 집회를 제외한 주말 시위를 금지했습니다. 공공 부채는 GDP의 120%에 이르고, 6개월 뒤에는 대선과 총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등급이 유지되면서 정부는 한숨을 돌렸습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무디스 결정 직후 “오늘의 결정은 우리 경제의 탄탄함과 정부가 제시한 예산안의 신뢰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예산안 통과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르코르뉘 총리가 내놓은 예산안은 세수를 늘리고 지출을 크게 줄이는 내용인데, 의회가 분열돼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상 정부는 긴급하다고 판단하면 의회 표결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그러면 의회에서 불신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날 하원에서는 정부의 사회보장 예산안 가운데 세입 부분이 부결돼 원안이 상원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원은 다음 주부터 주요 예산안 토론에 들어갑니다.
국채 금리는 높은 수준
프랑스 국채 금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지난 22일 10년물 금리는 5.14%까지 올라 2002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 10년물과의 금리 차이는 1.78%포인트까지 벌어졌는데요, 프랑스가 독일보다 그만큼 더 높은 이자를 줘야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디스가 한 단계 낮은 A1로 내렸다면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매긴 A+와 같은 수준이 됩니다. 이번 결정으로 그런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마이크 벨 RBC 블루베이 에셋매니지먼트 시장전략총괄은 대선 이후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프랑스 등급을 추가로 내린다면 “거기서부터 상황은 훨씬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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