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글로벌 통신 산업의 투자 흐름이 뚜렷이 달라졌습니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RAN 얼라이언스가 기지국에 고성능 AI 칩을 장착하는 기술을 선보였고, 거의 같은 시기에 스페이스X와 유럽 통신사들은 위성 통신을 지상망을 보완하는 표준 인프라로 확정했습니다. 기지국이 신호 전달만 하는 통로에서 데이터를 직접 처리하는 컴퓨팅 센터로 거듭나고 있는 것인데요.
AI-RAN의 작동 원리를 보면 그 의미가 더 선명해집니다. 기지국에서 직접 생성형 AI를 구동할 수 있도록 칩을 심는 기술인데, 지금까지처럼 중앙의 거대한 데이터센터에서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가장 가까운 기지국에서 정보를 처리하면 속도가 빨라지고 에너지도 절약된다고 할 수 있죠. 통신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던 데이터 처리를 네트워크의 각 지점에 분산시키는 셈입니다.
.webp)
우주 영역도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스페이스X는 고성능 발사체를 활용해 대규모 차세대 위성망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고, 미국 위성 기업 AST스페이스모바일과 유럽 통신사들은 공식적인 위성 연결 연합을 출범시켰어요. 지상 기지국이 닿지 않는 오지에서도 위성으로 무선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통신사들이 갑자기 투자 방향을 바꾼 까닭은 무엇일까요. 데이터 사용량의 폭발적 증가와 수익 구조의 악화가 맞물려 있습니다. 2월 MWC에서 언급된 바에 따르면, AI 기술과 위성 통신은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AI 시대를 현실화하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 기술"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통신사들이 전통적인 기지국 증설 대신 이 두 분야로 눈을 돌린 것은 미래 경쟁력을 위한 선택이라는 뜻인데요.
선택이 그렇게 절박해진 배경은 통신사의 수익 압박입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구글, 넷플릭스 등 겨우 6개 대형 플랫폼이 차지했는데, 이들은 통신망 이용 대가를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통신사는 기지국을 늘리고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데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했고—2022년 유럽 통신사들만 525억 유로(약 71조 원)를 투자했을 정도입니다—수익은 일반 고객 요금에만 의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산업 내 움직임도 시작됐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3월 6G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했는데, 저궤도 위성, 위성통신, 광통신, 통신반도체 등 차세대 통신의 성장 분야가 담겼습니다. 수익성 위기에 맞닥뜨린 통신사들이 전통적인 사업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통신 산업이 AI와 위성을 두 축으로 재편되는 과정이 앞으로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webp)
.webp)
.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