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채 금리가 최근 5%에 육박할 만큼 뛰었지만,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구제 카드를 꺼내 들지 않았습니다. 유로화를 쓰는 21개국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은 8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월례 회의를 열고 프랑스 국채 금리 급등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요구는 프랑스에 2027년 예산안을 통과시키라는 것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습니다.

회의 참석자들은 유로존 내 어느 기관도 프랑스의 차입 비용을 낮추는 데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프랑스 정치권이 키운 불확실성은 프랑스가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유로그룹 의장인 키리아코스 피에라카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공공 재정과 관련한 프랑스의 의지를 신뢰한다”고 말했습니다.

ECB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시장 혼란에 대응할 수단이 있다면서도, 그 수단을 쓰려면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시장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게 하나 있는데요, 그 수단이 바로 전달보호기구(TPI)입니다.

조건이 붙은 ECB의 마지막 카드

TPI는 특정 국가의 국채 금리가 지나치게 튀어 통화정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그 나라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장치입니다. 다만 유럽연합(EU) 기준을 충족해야 쓸 수 있는데,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 공공부채를 60%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 그 기준입니다. 프랑스는 지난해 재정적자가 GDP 대비 5.1%, 공공부채가 115.6%에 달해 이 기준선 밖에 있죠.

프랑스 정부는 올해 GDP 대비 적자 비율이 5.4%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이를 5%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로 긴축 예산안을 최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예산 문제로 2024년 이후 총리가 세 번 바뀔 만큼 의회가 갈라져 있고, 내년 4월에는 대선까지 치러집니다. 그래서 내년 목표치를 실제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독일 국채와 벌어지는 격차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2월 3.2%대에서 최근 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프랑스 재정 문제의 해법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독일 국채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와의 격차는 이달 2일 150bp를 돌파했습니다. 1bp는 0.01%포인트이니 150bp는 1.5%포인트 차이에 해당하죠.

이 격차는 2010~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회사채의 38%가 국채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올해 연초보다 18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의 미치 레즈닉은 “프랑스 국채 가격이 점점 유럽 핵심보다 주변부 국가와 비슷하게 책정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프랑스 의회가 2027년 예산안을 통과시킬지 여부입니다. 유로그룹이 가장 먼저 요구한 사안이 바로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