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독자 위성통신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가 우크라이나군의 스타링크 이용에 갑작스러운 속도 제한을 걸면서 생긴 움직임입니다. 민간 기업 한 곳의 결정에 군사 통신이 좌우되는 일이 벌어지자 각국이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군용 드론 운용에 차질

우크라이나군이 통신과 드론 작전에 쓰는 군용 스타링크 ‘스타실드’의 속도가 낮아지면서 공격용과 요격용 드론 일부의 운용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머스크가 속도 제한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의 갈등이 이번 조치의 배경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머스크를 향해 “제품을 정치 목적으로 쓸수록 브랜드가 더 크게 손상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 공화당의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도 “한 시스템, 한 사람, 한 기업에 지나치게 기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캐나다의 자체 위성망 계획

우크라이나와 핀란드는 지난 22일 3억 유로(약 5천억 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 패키지를 통해 핀란드 위성업체 아이스아이와 노키아가 추진하는 위성통신망 구축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캐나다 텔레샛은 위성 288기로 이뤄진 저궤도 통신망 ‘라이트스피드’를 짓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약 175억 달러(약 25조 원)를 투입해 위성 348기로 구성된 독자 통신망 ‘IRIS²’를 구축할 방침입니다.

스타링크가 운용하는 위성은 1만1천 기를 넘어섰습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저궤도 위성통신 업체 원웹은 약 650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원웹과 텔레샛도 위성 발사에는 스페이스X의 팰컨 로켓을 쓰고 있습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톰 위딩턴 연구원은 “스타링크를 대신할 단일 기술은 없다”며, 여러 기술을 결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첫 발사 일정은 텔레샛의 경우 12월, 아이스아이·노키아 망은 2028년, IRIS²는 2029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