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투자 자금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옮겨가면서 한국 증시의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38조91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 가운데 82.5%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이었습니다.

하반기 들어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확장 기술-소프트웨어 상장지수펀드(ETF)는 22.06% 올랐습니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사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뜻하는 '사스포칼립스(소프트웨어 종말론)'가 번졌던 상반기에는 14.28% 떨어졌던 흐름이 뒤집힌 것입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 관련 상품은 방향이 달랐습니다. 지난 4월 2일 상장한 라운드힐 메모리 ETF는 6월 30일까지 2.5배 넘게 올랐지만, 하반기에만 36% 떨어졌습니다.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수익성을 보여주는 동안 반도체주는 상승 동력을 잃었습니다. 권오성 웰스파고 수석주식전략가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와 반도체 실적이 모두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을 뜻합니다.

메모리 쏠림이 국내 증시를 흔들었습니다

국내 증시는 메모리 쏠림의 영향을 직접 받았습니다. 25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최근 한 달간 21.62%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같은 방식으로 따졌을 때 3.64%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23일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24.52%, SK하이닉스는 31.42% 떨어졌습니다.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도 18.13%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소프트웨어주는 대부분 올랐습니다. 서비스나우는 12.91%, 마이크로소프트는 4.78%, 세일즈포스는 4.63% 상승했습니다.

두 종목에 쏠린 시장 구조

유가증권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반면 나스닥에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편입돼 있습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앤트로픽의 3분기 매출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둔화했다고 짚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수급을 떠받칠 요인도 약해졌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끝났고,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6%대로 리먼 사태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중국 CXMT가 기술 혁신을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메모리 경쟁 우려도 나왔습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총괄은 4분기 코스피 범위를 6000~8400포인트로 제시했습니다. 권오성 웰스파고 수석주식전략가는 내년에 반도체보다 하이퍼스케일러와 소프트웨어 종목의 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