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더 이상 보낼 원유가 없는 상태입니다." 해양정보업체 케플러의 호마윤 팔락샤히 분석가는 이란이 아시아 해역에 띄워 둔 원유 비축분이 바닥났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봉쇄가 이어지면서 이란이 추가로 원유를 실어 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주요 거래처인 중국 등에 원유를 팔기 위해 수년에 걸쳐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꾸려 왔습니다. 원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을 아시아 해역에 띄워 두고, 미국의 제재망을 피해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과 전쟁이 벌어지기 직전 이란이 해외에 보유한 원유는 약 1억3500만 배럴이었습니다. 상당량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연안에 있었는데요. 4월 미국이 해상 봉쇄에 나서자 이란은 이곳에 보관해 둔 원유를 팔아 전쟁 중 필요한 현금을 마련해 왔습니다.

미국의 반이란 단체 '핵무기 없는 이란을 위한 연대'(UANI)는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8~9월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추산했습니다. 동남아시아 해역의 비축유도 10월 초에는 이미 1000만 배럴 아래로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손실 규모는 미 중부사령부가 내놨습니다. 중부사령부는 해협 봉쇄로 이란이 최소 250억 달러, 우리 돈 약 33조 원의 석유 수입을 잃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란 정부 수입의 약 30~40%는 원유 판매에서 나옵니다. 팔락샤히 분석가는 미국이 이란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핵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오도록 압박하거나 내부 반정부 시위가 정권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데 "도박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은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시각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이란 경제는 매우 뛰어난 회복력을 보여 왔으며, 경제가 붕괴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냥 착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용 그림자 선단을 지원한 로펌과 해운사 등에도 제재를 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