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이 미국의 이란 공격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 9월 30일 기준 중동 원유 수출 7일 이동평균은 하루 1,830만 배럴을 기록해 전쟁 전 1,800만 배럴을 넘어섰다. 주요 7개국(G7)과 파트너 국가들도 최대 1억 배럴의 비상 석유·디젤 재고를 풀기로 했다. 그런데도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이 공급 정상화를 압도하면서 시장이 원유의 '안전한' 도착을 믿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해상 수송로의 위협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지난주만 7건의 유조선 관련 사건이 보고됐다. 10월 1일 쿠웨이트 선주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 카지마 3호는 해협 항해 중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화재가 발생했고, 4일에는 라이베리아 선적의 유조선 립시호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다가 같은 방식으로 피격돼 엔진실이 손상됐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계속해서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선박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페르시아만에 항공모함과 병력을 추가 배치하면서 긴장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란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언제든 선박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공포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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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고갈도 문제인데요.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에너지 애스펙츠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재고는 현재 약 43억 배럴로, 전쟁이 본격화한 3월 이후만 4억 배럴 이상 감소했다. 이렇게 재고가 줄어 있는 상황에서 공급 차질이 생기면 아무 완충 장치가 없다는 뜻이다. 반면 세계 석유 수요는 회복 중이다. 현재 전 세계 일일 석유 수요는 약 1억 480만 배럴로, 5월 최저치보다 650만 배럴 증가했다. 공급 회복 속도보다 수요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원유 부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운송비 급등도 유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정상적인 해상 통로를 피하고 우회 항로를 택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횡단 셔틀이나 선박 간 환적에 의존해야 하면서 비용이 크게 올랐다. 페르시아만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실어 나르는 데 드는 비용은 현재 하루 12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보험료도 인상됐다. 이런 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유가에 반영되는데, 궈타이쥔안선물의 석유 분석가인 쉬이 자오는 "시장은 원유 선적량뿐만 아니라 원유가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저렴한 비용으로 운송될 수 있는지 여부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 공급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해결할 과제가 남아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정유 시설의 수출이 타격받은 상태다. 세계의 중요한 정유 허브인 중동과 러시아의 정제 능력이 동시에 약해지면서 디젤유 등 정제유 부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로바르 캐피털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하리스 쿠르시는 "공급이 줄어들고 재고가 감소했으며 원유를 정유하는 용량도 줄었다"면서 이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수치만 본다면 유가가 내려갈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시장은 수치보다는 그 수치가 도착하는 방식을 더 본다. 해상 운송 경로의 불확실성, 바닥이 드러난 재고, 높아진 운송비—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명목상의 공급 정상화가 실제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유가는 이 세 요소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