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12일 올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21.7% 늘어 3256조546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같은 전망에서 실질 GDP 증가율은 3.3%로 제시됐습니다. 두 수치의 차이는 18%p로, 1980년 이후 46년 만에 가장 큽니다.
명목 GDP는 가격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실질 GDP는 가격 변동의 영향을 걷어내 생산량 변화만 살피는 지표입니다. 명목 증가율에서 실질 증가율을 뺀 값은 물가상승률의 근사치로 쓰입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IMF 전망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18%를 넘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생산량이 같아도 가격이 오르면 명목 금액은 커지기 때문입니다.

1980년과는 다른 상황
두 지표의 격차가 가장 컸던 해는 1980년으로, 24.2%p였습니다. 당시에는 1979년 이란 유전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13달러에서 34달러로 뛰었습니다. 오일 쇼크로 국내 물가가 크게 올랐고, 같은 해 실질 GDP 증가율은 -1.6%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격차는 5%p 미만에서 움직였습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격차는 각각 2.1%p, 1.2%p, 1.9%p, 4.2%p, 3.3%p였습니다. 올해 IMF 전망의 격차는 이 흐름과 다른 수준입니다. 1980년이 실질 성장의 위축을 동반한 물가 급등이었다면, 올해 전망은 물가 상승이 명목 금액을 키우는 쪽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물가와 명목 금액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디램(DRAM) 수출물가지수(2020년=100)는 올해 1월 147.44에서 9월 289.16으로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플래시메모리 수출물가지수도 126에서 245.72로 상승했습니다. 반도체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품목이어서, 수출 가격이 오르면 같은 물량이라도 명목 GDP에 잡히는 금액이 커집니다.
이런 가격 상승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에 투자를 늘리면서 반도체 수요가 커진 시기와 함께 나타나고 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명목 GDP가 늘어도 소득 증가분이 반도체 부문에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소득 증가가 내수 전반으로 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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