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에 최고 100% 관세를 물리는 조항의 적용을 면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서명한 대러시아 제재법의 주요 조항이 시행되기 이틀 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현시점에서 이러한 면제 조치를 내리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면제 대상이 된 제재법
면제 대상은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려고 지난 7월 사망한 린지 그레이엄 전 연방 상원의원이 주도해 만든 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서명했습니다. 주요 제재 조항은 서명 30일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습니다.
법의 핵심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많이 수입하는 상위 5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상품에 최고 100%의 관세를 매기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국가도 대상에 들어갔고, 러시아산 원유를 많이 사는 나라로는 중국, 인도, 튀르키예가 꼽힙니다. 이 밖에 러시아 기관 제재, 일부 러시아산 수입품에 대한 최고 500% 관세, 러시아 그림자 유조선단과 금융 시스템 제재도 법에 담겼습니다.
경유 공급 합의와 가격
면제에 앞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일주일 전인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재무부도 이날 일반면허를 발급해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인도·하역·수입과 관련된 일부 제재 대상 거래를 2027년 4월 7일까지 허용했는데요, 대러시아 제재 전체가 풀린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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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공급 계획은 단계별입니다. 즉시 30만t 이상으로 시작해 11월에 50만t을 들여오고, 이후 100만t과 추가 300만t을 더합니다. 총량은 약 480만t이지만 전량이 미국으로 오는 것은 아니고, 실제 인도 물량과 시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경유 값은 높은 수준입니다. 9일 평균 가격은 갤런당 약 6.28달러로, 1년 전 약 3.68달러에서 크게 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해제가 연료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고, 미국 중간선거는 다음 달 3일 치러집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의회의 반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경유 거래 계획을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석유제품 판매를 허용하면 푸틴 대통령에게 수십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안겨 전쟁을 더 격렬하게 이어가게 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푸틴에게 주는 생일선물처럼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휴전에 합의했으며 즉시 발효된다고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발표를 “처음 듣는 소식”이라고 받아쳤습니다. 러시아가 먼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 공격을 멈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한 11일 상황은 휴전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러시아 드론이 온종일 날았고 공습도 이어졌으며, 하르키우의 화력발전소 5호기가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 주에만 우크라이나의 전력 생산·송전 시설이 200회 넘게, 가스·석유 시설이 17차례 타격을 입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의회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초당적인 반발이 쏟아졌습니다. 돈 바이어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푸틴에게 다시 굴복하며 우크라이나 동맹을 배신하고 의회의 입법 취지를 무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은행위원회 간사는 이번 행정명령을 “완전한 지도력의 실패”로 규정하고, 크렘린궁에 대한 압박을 포기했다고 질타했습니다.
행정명령은 의회에 제출할 면제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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