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허용하며 대러시아 제재를 일시적으로 풀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경유 30만t 이상을 즉시 공급하고, 11월에는 50만t, 그 뒤에는 100만t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죠.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곧바로 내년 4월 7일까지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와 운송, 미국 내 수입을 허용하는 임시 일반면허를 내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로 전 세계 경유 가격이 “사상 유례없는 폭으로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함께 언급했죠. 그는 농부와 목장주, 트럭 기사처럼 기름값 부담이 큰 이들에게 가격 인하가 자신의 “최우선 과제”라고도 말했습니다.

다만 실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미 에너지정책연구재단의 마이클 린치 특별연구위원은 AP통신에 이번 조치를 두고 침몰하는 배 위에서 의자 자리만 옮기는 격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진: Pexels · Jan van der Wolf

미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막는 제재를 시행하고, 동맹국에도 동참을 요구해 왔습니다. 인도에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아 관세 부과 등 통상 압박을 가하며 마찰을 빚기도 했죠. 이번 합의는 그런 기조를 뒤집는 결정입니다.

이 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과도 얽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쏟아진 질문에 답하며 “이제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대통령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러 차례 합의할 수 있었는데도 응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함께 내놓았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의 배경으로 든 것은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멈춰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듭 거절했다는 점입니다. 그 불만이 쌓이는 과정이 이번 합의와 맞물려 있다고 그는 설명한 셈이죠.

갈등은 정보 공유 문제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마이애미에서 미국 등과 회담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미국 측이 워싱턴의 경고를 따르지 않으면 핵심 정보 공유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측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미국이 중재해 온 종전 협상도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거리감이 다시 드러나면서, 협상 당사국들이 각자 계산해야 할 것이 한층 많아졌죠.

다음 관전 포인트는 약속된 경유 물량 가운데 11월분 50만t이 실제로 들어오는지, 그리고 내년 4월 7일까지인 임시 면허가 어떻게 운용되는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