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스프린터 장민호가 세계신기록을 세웠습니다. 23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400m(스포츠등급 T13) 결선에서 46초24로 가장 먼저 들어왔고, 이 종목 금메달로 대회 2관왕이 됐습니다.

2010년 6월 스위스 아르본 월드시리즈 800m의 홍석만 이후 16년 만에 한국 장애인육상에서 나온 세계기록입니다. 안양시청 소속인 장민호는 29세입니다.

5레인에서 세계기록과 싸운 레이스

5레인에서 출발한 장민호는 150m 부근부터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습니다. 이후에는 사실상 혼자 기록과 싸우는 레이스였습니다.

깨진 기록은 알제리의 스칸데르 자밀 아트마니가 2024년 세운 46초44입니다. 장민호는 여기서 0.2초를 줄였고, 0.03초 차로 세계기록에 못 미쳤던 자신의 개인 최고기록 46초47도 넘어섰습니다. 일본의 후쿠나가 료타가 47초98로 은메달, 태국의 짜끄린 담무니가 50초03으로 동메달을 땄습니다.

사진: Pexels · George Zografidis

세계기록을 세우고도 장민호의 첫마디는 아쉬움이었습니다. 경기 뒤 “원하는 목표는 사실 45초대였다”며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무대에 모두 도전하고 있는 만큼 이 정도 기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100m 아시아 신기록에 이어

첫 금메달은 사흘 전인 20일 나왔습니다. 남자 100m(T13) 결선에서 10초48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는데, 생애 첫 장애인 국제종합대회 금메달이었습니다. 같은 날 오전 예선에서 이미 10초61로 아시아 기록을 바꿔 쓴 뒤 결선에서 다시 줄인 기록입니다.

100m 우승 직후 장민호는 “항상 최고 기록을 목표로 달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말대로 400m에서 세계기록까지 이어졌습니다.

장민호는 한국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비장애인 아시안게임과 장애인아시안게임 무대를 모두 밟았습니다. 지난달 비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는 혼성 1600m 계주 예선에 나가 한국 신기록 3분18초66을 세우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시력 저하를 딛고 다시 트랙으로

고교 시절 장거리 선수였던 장민호는 육상을 떠났다가 2023년 단거리 선수로 돌아왔습니다. 복귀 이듬해인 2024년 전국체육대회에서는 100m, 200m, 400m 계주를 휩쓸며 3관왕이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시력이 빠르게 떨어졌고,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선수 생활의 큰 고비였지만 비장애인 국가대표 경쟁을 이어가면서 장애인 육상에도 도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