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7일, 이세돌은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시구자로 섰습니다. 얼마 뒤 그는 무거운 맥주 가방을 메고 관중석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열두 살에 프로가 되어 세계대회를 14번 우승한 9단이었습니다. 2016년 알파고와 다섯 번 겨뤄 1승 4패를 기록했고, 그 1승이 4국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2019년 현역에서 물러났습니다.

사진: Pexels · R9 Media Photo Collective

그 대국을 두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둑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었는데 그게 사라져 버렸다." 새 일자리를 찾으며 쓴 이력서의 퇴사 사유란에는 'AI'라고 적었습니다. 10월 22일 제작발표회에서는 직접 명함을 돌렸습니다. 마흔셋의 신입입니다. 그는 "바둑을 대체할 만한 뭔가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눈이 멈추는 곳은 '대체'라는 단어입니다. 기계가 그의 일을 대신했고, 이제 그는 기계가 대신하지 못할 일을 찾습니다. 배달, 고층 유리 청소, 야구장 맥주 판매입니다. 일의 목록이 머리에서 몸으로 옮겨 갔습니다. 일을 잃은 사람이 가장 먼저 잃는 것은 월급보다 자기 자신을 소개하던 한 문장일 겁니다. 평생 '바둑 두는 사람'이었던 이에게 자부심은 직업에 딸린 장식이 아니었습니다.

함께하는 정재형은 그가 어떤 일을 맡겨도 아이처럼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복기가 직업이었던 사람이라 "손가락 하나 움직인 것도 기억한다"고도 했습니다. 장도연은 계산 없이 있는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수읽기로 한평생을 보낸 사람이 계산 없이 계단을 오릅니다.

이세돌은 이 시간을 직업보다 "사회, 삶 전체를 배우는" 일이라고 불렀습니다. 일자리를 구하러 나섰다가 삶을 배우고 있다는 말입니다. 4국에서 이긴 날 그의 78수 앞에서 알파고는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을 쓰라리게 기억하는 쪽은 처음부터 한쪽뿐이었습니다. 기계에게 패배는 기록으로 남고, 사람에게는 10년을 따라다닙니다.

첫 방송은 23일 저녁 8시 30분입니다. 계단 맨 위에서 그가 내려다본 것이 관중석이었는지, 그가 두던 바둑판이었는지는 화면이 말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일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지금 한 계단씩 확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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