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4’에 쓰인 참사 영상의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액티비전이 지난 23일 출시한 이 게임의 도입부에 참사 당시 방송 자료화면이 들어갔다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참사 4주기를 앞둔 28일 성명을 냈습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약 3초 분량입니다. 게임은 북한의 남한 침공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진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데, 도입부 영상에 참사 직후 쓰러진 시민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게임 속 전쟁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생긴 상황을 그리는 데 실제 참사 영상이 쓰인 것입니다.
원본과 대조된 장면
27일 원본 영상과 대조한 결과, 해당 장면은 2022년 10월 29일 참사 당시 촬영된 현장 영상이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사람들과 경찰 통제선, 길거리에 누운 희생자들의 위치와 구도까지 같았는데요, 폭격으로 파괴된 거리를 보여주는 장면들 사이에 이 영상이 끼어 있습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성명에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시민들이 서로를 구하려 심폐소생술을 하고 희생자들이 길가에 눕혀 있던 절박한 상황을 게임의 한 장면을 만드는 데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두 단체는 게임 개발사와 유통사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영상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트라우마와 2차 가해 우려
구조에 나섰거나 참사를 목격한 시민들은 지금도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고 두 단체는 말했습니다. 이런 사건을 오락 목적의 게임에 소재로 쓴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며 몰상식한 행위”라는 비판도 내놨습니다. 게임의 배경 설정과 엮어 참사를 깎아내리는 혐오성 댓글 등 2차 가해가 퍼지고 있다며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도 이날 성명을 냈습니다. 협회는 게임 진행 맥락과 무관한 실제 참사 영상이 유가족 등에게 고통을 “되살렸다”고 짚었습니다. 제작사가 영상이 왜 필요하다고 판단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썼는지 설명하고 피해 당사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영상 교체도 촉구했습니다.
다만 협회는 선을 그은 대목도 있습니다. 이번 논란이 게임 내용 자체에 대한 검열 요구나 부당한 제한으로 번져서는 안 되며, 제작사가 피해자·유족과 소통하며 자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액티비전의 해명
액티비전 측은 도입부 영상에 포함된 일부 실제 뉴스 보도 장면이 작품 속 가상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요소로 쓰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어떠한 실제 비극적 사건도 언급하거나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28일 논평을 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액티비전이 영상 수정 계획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는 해당 영상을 즉각 삭제하고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하면서, 수정에 나서지 않으면 게임의 배급과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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