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 증설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꺼냈습니다. 최 회장은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38회 상하이시 시장 국제기업가 자문회의’ 행사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나 미국 마이크론이 더 빠르게 공장을 늘리면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죠.

최 회장은 “수요는 엄청나게 있는데 공장을 못 늘리면 그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증설은 광주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계속 늘려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일본 등 해외 공장 증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스터디 중”이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이번 발언의 출발점은 지난 9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 회장은 이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인 광주 군공항을 찾아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고 생각하면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수요가 상당히 빠르게 늘 것으로 본다면서, 또 다른 부지에 반도체 생산라인인 팹을 더 조성해야 하고 필요하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병행해서라도 지어야 할 상황이 생길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추격이 거세지는 메모리 시장

세계적인 인공지능 붐 속에 반도체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죠. 하지만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온 메모리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흐름입니다. D램 분야에서는 창신메모리(CXMT),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양쯔메모리(YMTC)가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두 곳 모두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이 추격에 대해 “가만히 놔두면 다 추격된다. 거기는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중국 시장에서는 SK의 확장이 막혀 있어 경쟁이 제대로 붙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중국 업체들의 증설 속도를 점유율 문제와 직접 연결한 셈이죠.

미국의 우려와 중국 투자 규모

최 회장의 이 발언은 미국 쪽 움직임과 맞물려 나왔습니다. 물레나르 위원장은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투자로 미국의 핵심 공급망이 중국의 압박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봤고, 삼성전자의 산시성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장쑤성 우시 및 랴오닝성 다롄 공장을 지목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별로 현명해 보이진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었죠. 그는 CXMT와 YMTC가 “무서운 속도로 계속 오고 있다”며, 그동안 미국이 그런 정책을 펴지 않았기 때문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최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SK가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등 분야에 중국에 600억 달러(약 80조6천억원)가량을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35년간 중국 내 가장 큰 외국 투자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죠. 상하이 정부를 두고는 ‘기민한 규제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불명확한 규제가 흔히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습니다.

SK 측은 상하이에 AI 연구개발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센터는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바이오의약 등 첨단 영역을 중점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SK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어떤 속도로 추진하는지, 그리고 상하이 AI 연구개발 센터 설립이 실제로 진행되는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