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화법, 일명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암호화폐 규칙을 정하는 주도권이 의회에서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 넘어가고 있다. 두 기관은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잇따라 새 방안을 내놓으며 법이 남긴 빈자리를 행정 조치로 채우는 중이다.
의회 대신 기관이 움직이는 이유
이런 흐름의 뿌리는 프로젝트 크립토(Project Crypto)에 있죠. SEC 위원장 폴 앳킨스가 2025년 7월 처음 발표한 이 구상은 같은 해 9월 SEC와 CFTC의 공동 이니셔티브로 넓어졌고, 의회가 클래리티법을 마무리하는 동안 기존 권한으로 규제 틀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두 기관이 지난 3월 함께 낸 공동 해석 자료도 이전 지침을 대체하면서 기존 법 테두리 안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고 레프 브레이도 조교수는 봤습니다.
SEC와 CFTC가 채우는 빈자리
가장 먼저 움직인 쪽은 SEC입니다. 9월 17일 SEC는 5년 기한의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를 내놓고, 요건을 갖춘 거래 플랫폼이 블록체인 유동성 풀을 통해 토큰화된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토큰화란 주식 같은 자산을 블록체인 위의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바꾸는 것을 말하죠. 이 면제는 영구적인 규칙이 마련되는 동안 적용되는 임시 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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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TC도 10월 5일 뒤를 따랐습니다. 레버리지를 쓰는 개인 투자자의 암호화폐 거래 규칙과 암호화폐 시장을 위한 새 등록 범주를 두고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는데, 레버리지는 빌린 돈으로 거래 규모를 키우는 방식을 뜻하죠. 다만 이번 조치는 긴 공개 의견 수렴과 규칙 제정 절차의 출발점일 뿐, 곧바로 효력이 생기는 규정은 아닙니다.
SEC는 10월 1일 보관(커스터디) 규정 제안도 내놓았습니다. 주 단위 신탁회사가 고객의 암호화폐를 보관할 수 있게 하고, 투자자문사와 펀드가 일정한 조건에서 코인을 직접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고객 자산을 누가 맡을 수 있는지를 정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거래 규칙과는 다른 층위의 변화죠.
법안 무산을 두고 엇갈리는 평가
법학 조교수인 레프 브레이도 윌리엄앤드메리 로스쿨 교수는 이번 논의가 업계 내부의 균열도 드러냈다고 말했습니다. 윤리 조항과 수익률을 둘러싼 지역은행과의 다툼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투자은행 KBW의 디지털자산 부문장 폴 맥카페리는 이 흐름을 기회로 봤습니다. 그는 “SEC와 CFTC가 이미 시장이 필요로 하는 규제 확실성을 앞서 제공하고 있고, 그것이 디지털자산과 전통 금융, 핀테크 전반에 걸친 인수합병(M&A) 물결을 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트와이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맷 호건은 단기적으로는 법안보다 기관의 접근 방식이 더 우호적이라고 봤습니다. 법안이었다면 수년에 걸친 후속 규칙 제정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법안이 무산된 뒤 암호화폐 시장이 오른 것도 입법을 기다리기보다 가까운 시일 안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을 기대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SEC의 명확화 이후 토큰을 시장에서 되사들이는 바이백(buyback), 특히 되사들인 토큰을 없애는 소각(buy-and-burn) 방식을 도입하는 프로토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명확화가 투자자에게 더 큰 확신을 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여전히 남은 공백
그럼에도 레버리지를 쓰지 않는 일반 현물 거래에는 연방 차원의 포괄적 감독이 아직 없습니다. CFTC가 가진 사기와 시세조종 단속 권한을 제외하면 빚 없이 코인을 사고파는 거래를 촘촘히 다룰 제도가 없는 상태죠.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이 클래리티법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에, 법안이 멈춘 자리에 남은 질문은 의회 없이 얼마나 확실성을 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이 공백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메우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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