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수요가 쏟아지면서 칩을 받치는 소재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기판용 특수 유리섬유 세계 1위 기업인 일본 닛토보가 일본과 대만에서 동시에 생산능력을 키우기로 했다. 가격을 올리고 공장을 풀가동해도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자 내린 결정이다. 이 소식은 10월 9일 전해졌다.

닛토보가 만드는 제품은 T글라스라는 고성능 유리섬유 직물이다. 가느다란 유리섬유를 촘촘히 엮은 소재로, 반도체 칩을 떠받치는 기판 안쪽에 쓰인다. 열을 받아도 잘 늘어나지 않아서 칩을 만들고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기판이 휘거나 변형되는 것을 줄여준다죠. 칩의 성능을 받쳐주는 바탕 재료인 셈입니다.

주문이 넘치자 가격부터 올렸다

반도체 호황으로 T글라스 주문이 폭증하자 닛토보는 모든 생산시설을 풀가동했다. 그래도 밀려드는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하자 가격에 손을 댔고, 올해 7월 이후에만 30%를 올렸다. 가격을 올린 뒤에도 주문은 여전히 넘쳐났다.

결국 회사는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일본 후쿠시마에 있는 유리섬유 직물 생산설비를 넓히고, 대만에서는 직물의 원료인 유리섬유 원사를 뽑아내는 용해로를 증설한다. 닛토보는 후쿠시마 공장에 약 150억엔을 투자해 2027년 1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원료는 대만에서, 직물은 일본에서 키우는 구도입니다.

소재 가격이 칩값까지 번지는 흐름

소재 쪽 경쟁은 이미 고객사 간 확보전으로 번지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이 더 오르거나 물량이 모자랄 것에 대비해 장기공급계약을 늘리고, 필요한 물량을 미리 잡아두는 중이죠. 공급 업체들도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생산 물량이 늘어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소재 가격 문제가 칩 가격까지 건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수급 불균형 속에” 반도체 완제품부터 웨이퍼와 기판 소재, 제조·후공정까지 가격 상승 압력이 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칩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요, 칩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로 반도체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닛토보의 설비 확충이 실제 물량으로 이어지는 시점은 설비가 돌아가는 때와 맞물려 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2027년 1분기부터 후쿠시마 공장이 계획대로 생산에 들어가는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