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19일 밤부터 파리 중심가 등 주요 도시에 야간 통행금지를 시행했습니다.

세르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19일 비상대책 회의 직후 각 지역 당국이 판단해 통행금지를 시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파리 경찰청은 이날 밤 11시부터 20일 오전 6시까지 레퓌블리크 광장과 쇼핑 중심지 레알 지구의 통행을 막았습니다. 대통령궁과 의회 주변 등 10여 개 구역에서는 밤 8시부터 집회와 시위가 전면 금지됐습니다.

지방 도시도 뒤따랐습니다. 릴과 두에, 와티니, 드냉 등 북부 4개 도시는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부분 통행금지에 들어갔습니다. 니스는 미성년자가 도심을 밤에 다니지 못하게 했고, 마르세유는 정오부터 오후 8시까지 공공 집회를 막았습니다.

시위의 출발점은 9월 중순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낡은 학교 시설과 교사 부족을 문제 삼은 움직임에 노동조합이 가세하면서 생활비와 연료비 상승에 항의하는 전국 집회로 커졌습니다. 17일 참가자는 프랑스 정부 집계로 전국 약 55만 명, 주최 측 추산으로는 약 80만 명입니다. 행진은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그 주변에서 폭력 성향 시위대가 관공서를 습격하고 상점을 약탈했습니다.

피해 규모는 정부 인사들이 공개했습니다. 세르주 파팽 상무장관은 최소 3000개 상점이 약탈 등의 피해를 입었고 피해액이 수억 유로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은 주말 동안 경찰에 구금된 사람이 2330여 명이고 이 가운데 70%가 성인이라고 전했습니다. 중부 리모주에서는 19세기에 지어진 시청 건물이 불에 타 지붕이 무너졌습니다.

초기 대응이 뚫리자 정부 안에서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로랑 누네즈 내무장관은 라디오 방송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르마냉 법무장관 역시 당국이 폭력 사태 앞에서 “부인할 수 없이 실패했다”며 “정보 실패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치안 지휘 공백을 우려해 누네즈 장관의 사표를 반려했습니다. 아울러 새 현장 진압 전술을 서둘러 도입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르코르뉘 총리는 강경 대응을 내세웠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국가적 혼란을 노리는 극좌 선동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총리는 “심각한 폭력 장면과 광범위한 재산 피해에도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며 “질서를 회복하겠다는 내 결심은 절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파리에는 수사관 200명을 투입해 약탈범을 쫓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국가 비상사태 선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야당은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브누아 파양 마르세유 시장은 정부가 도시를 약탈자들에게 넘겨줬다며 “마지막 1센트까지 보상받기를 원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선 여론조사 선두인 마린 르펜과 함께 캠페인을 벌이는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RN) 대표는 “정부는 실패했고 국가 원수는 프랑스 국민을 보호해야 할 본질적인 의무에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유권자들이 투표로 심판해 달라는 호소도 덧붙였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너지 자원 확보와 유가 안정을 내세워 쿠웨이트, UAE, 바레인, 카타르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시위 직전인 16일 밤에는 파리 서쪽 낭테르 공연장에서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의 콘서트를 관람했습니다. 19일 오전에는 대학생들이 루브르 박물관 출입구를 막아 개관이 무산됐고,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캠퍼스 점거도 이어졌습니다. 노란 조끼 측은 24일 2차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