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부이치치 ECB 부총재가 10월 2일 20시 30분(한국 시각, 11:30 UTC)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시스템위험위원회(ESRB) 창설 15주년 연례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은행업계의 자본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 "현재 조건에서 자본 요건을 낮춰도 대출이 의미 있게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규제 단순화와 은행·자본시장 통합을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제시했습니다.
1/ 규제는 단순화하되 자본 수준은 지킨다
부총재는 EU 규제가 갈수록 복잡해졌고 단순화할 이유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2025년 12월 ECB 정책이사회가 낸 권고는 자본 완충을 둘로 합치는 안입니다. 하나는 자본보전완충과 systemically important institutions 완충을 묶은 비해제형, 다른 하나는 경기대응완충과 시스템리스크완충을 묶은 해제형입니다. 레버리지 비율은 구성 요소를 넷에서 둘로 줄여 최저 3%와 단일 완충으로 정리하자고 했습니다. 정리·손실흡수 요건인 MREL(최소 자기자본·적격부채 요건)은 국제 TLAC 기준에 더 가깝게 맞추되 정리 시 쓸 수 있는 자원은 줄이지 않는 방향입니다. 소형 은행에는 비례성을 크게 높인 더 단순한 체제를 두되, 복원력을 지키려고 더 보수적으로 설계하자고 했습니다. ECB 감독 부문은 100개가 넘는 감독 지침 가운데 약 40개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2/ 자본 비율은 오르고 수익성도 사상 최고 수준
유로존 은행의 Tier 1 비율 중앙값은 2009년 약 8%에서 현재 16% 이상으로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팬데믹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와 함께 계속 올라 역사적 최고 수준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은 한때 1 아래였으나 지금은 평균 약 1.5로, 장기 중앙값을 크게 웃돕니다. 2026년 2분기 실적 보고에서도 순이자수익이 계속 반등하고 순수수료수익이 늘어 수익성이 더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이익잉여금이 자본 축적의 주된 동력이었고, 위험가중자산 증가와 배당, 다소 높아진 자본 요건을 감안해도 전체 자본 여력은 계속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3/ 대출이 부진한 이유는 자본이 아니라 수요와 불확실성
부총재는 자본 요건이 대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가 엇갈리며 경제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를 다룬 연구는 대출 감소 효과를 찾는 경향이 있고, 여건이 나은 최근 시기를 다룬 연구는 자본이 충분한 은행일수록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합니다. 유로존 은행대출 서베이에서는 은행들이 대출 심사 강화의 이유로 위험 인식, 위험 선호, 경기 전망 불확실성을 꼽았고 자본 상태는 꼽지 않았습니다. 대출 수요도 계속 부진하다고 했습니다. 이를 종합해 현재 규제 자본은 대출의 구속 요인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자본이 탄탄한 은행이 팬데믹 때 대출을 더 많이 했고 주식조달 비용도 낮았다는 분석도 제시했습니다.
4/ 역내 은행 대출 중 국경을 넘는 비중은 16%
부총재는 경쟁력의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금융 통합을 꼽았습니다. 유로존 비금융 기업 대출에서 역내 국경 간 대출은 약 16%로, 미국·영국 등 역외 기업 대출 비중 약 20%보다 낮습니다. 은행 업종 집중도는 높아졌지만 대부분 국내 인수합병 때문이며, EU 차원의 집중도는 미국보다 낮습니다. 인수합병에 참여한 은행은 평균적으로 수익성과 비용 효율이 개선되고 자산과 수익이 분산된다는 연구도 언급했습니다. 이를 위해 은행동맹의 빠진 기둥인 유럽예금보험제도 설립이 필수라고 했습니다. 자본시장에서는 27개 국가의 원천징수세 체계와 제각각인 도산법, 연기금 규모의 차이 때문에 미국 은행에 뒤처진다고 짚었습니다.
5/ 규제 완화 논쟁에서 ECB가 그은 선 (해석)
이 연설은 새 정책 결정이 아니라 ECB의 입장을 정리한 것입니다. 부총재는 단순화에는 찬성하지만 그것만으로 경쟁력이 크게 오르지 않고 복원력을 약화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래서 자본 요건 인하를 요구해 온 은행업계에는 불리한 신호로 읽힙니다. 한편 단순화 권고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는 이 연설만으로 알 수 없고, 연설에서 언급한 유럽 집행위원회의 은행 부문 경쟁력 관련 소통문서가 이후 논의의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예금보험제도와 자본시장 통합은 국가 간 조세·도산법 조율이 필요해 속도가 느릴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출처: 유럽중앙은행 · 발표 2026.10.02 20:30 (KST) · 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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