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월 24일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 단둥에 갔다가 그날 돌아왔습니다. 맞이한 사람은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었습니다. 중국 측은 공식 발표에서 왕후닝이 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국정원에서 "당초 리창 총리가 방문하는 것으로 계획됐다가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는 추가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낮에는 리창 총리를 만난 것으로 확인된다고 알렸던 터라, 저녁에 설명이 뒤집힌 셈입니다.

일정은 빈틈이 없었습니다. 한국 통일당국은 김 위원장이 오전에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열차로 이동한 뒤 차량으로 다리를 건넌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단둥에서는 왕후닝의 영접을 받아 항미원조기념탑에 화환을 놓았고, 회담을 마친 뒤 오후에는 자동차공장을 둘러봤습니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도 일정에 참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전쟁 때 북한을 도운 중국인민지원군에 "감사와 경의"를 표했고, 협력 전망이 "매우 넓다"고 말했습니다. 왕후닝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인적 왕래와 경제·무역 협력을 넓히자고 했습니다. 이날은 항미원조기념일 76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다리는 2014년에 완공됐지만 연결도로와 통관시설 문제로 오래 열리지 못했습니다. 개통 9일 만에 김 위원장이 길이 약 3,026m의 그 다리를 건넜습니다. 이번이 여섯 번째 방중인데도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없었습니다. 상대는 흔히 '서열 4위'로 불리는 인물이었습니다. 이 서열은 중국 정부의 공식 호칭이 아니라 상무위원 배열을 보고 국내 언론이 붙인 표현입니다.
왕후닝은 오랫동안 당의 이론과 정책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고 지금은 전국정협을 이끕니다. 행정 실무의 수장인 총리 대신 그가 나왔다는 것은, 이번 만남의 무게를 거래보다 명분에 두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공식 발표에서 가장 구체적이었던 의제도 군사나 비핵화가 아니라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었습니다. 계획이 왜 바뀌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중국은 북한을 정상 외교의 상대가 아니라, 혈맹의 역사 위에 접경 경제협력을 얹어 관리할 상대로 다루고 있습니다. 정상은 맞지 않고 다리만 열어 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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