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은 10월 23일 2027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됐습니다. 2013년 3월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지 13년 만입니다. 내년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합니다.

계기는 올해 상반기에 있었습니다. 스타벅스가 5·18 당일 '탱크데이' 행사로 논란을 빚자 정 회장은 책임경영을 내걸었고, 6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에 올랐습니다. 이번 인사는 그 연장입니다. 스타벅스 운영사 SCK컴퍼니에는 디지털담당과 정보보안센터가 새로 생겼고, 이마트 기획전략본부는 그룹 경영전략실로 통합됐습니다.

사진: Pexels · Calvin Seng

함께 일할 사람으로는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가 골라졌습니다. 1996년 이마트에 입사해 상품본부장을 지낸 영업·상품기획 전문가이고, SSG닷컴 대표도 겸합니다. 당초에는 한채양 대표와의 투톱이 유력했지만, 한 대표가 조선호텔앤리조트 경영고문으로 옮기며 구도가 달라졌습니다. 김 대표는 정유경 회장 쪽 계열에서 온 인물입니다. 남매가 독립경영을 강조해 온 터라 드문 이동입니다.

외부 인력도 들어왔습니다. 신세계까사 대표에는 CJ올리브영을 10년간 이끈 허민호 대표가 내정됐습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과 코스메틱 두 부문으로 나뉩니다.

세대교체는 숫자로 드러납니다. 신규 임원 승진자 36명은 역대 최대이고, 40대 임원 비중 18%는 역대 최고입니다. 반면 정유경 회장이 맡은 백화점 부문에서는 박주형 ㈜신세계 대표 등이 모두 유임됐습니다. 이마트 쪽만 칼을 댔다는 뜻입니다. 그룹은 "실력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사람을 뽑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인사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정 회장이 이마트의 실적을 직접 책임지겠다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방향은 옳다고 봅니다. 그룹은 리플렉션AI, 아만그룹, 스카이댄스 같은 해외 기업과 손잡고 AI, 부동산, 콘텐츠로 영토를 넓히고 있습니다. 사업이 넓어질수록 본업이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립니다. 오너가 가장 큰 계열사의 대표를 맡으면 의사결정은 빨라집니다. 다만 성과가 나쁠 때 책임을 물을 사람도 오너 본인뿐입니다.

대표이사라는 직함은 권한을 주는 자리이면서, 변명할 자리를 없애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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