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절차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까지 미용 목적으로 약을 찾으면서 정부가 지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죠. 식약처는 올해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과 6월 행정예고를 거쳐 현재 규제합리화위원회의 규제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심사가 끝나면 최종안을 확정해 관련 고시를 개정·발령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오·남용우려의약품’은 잘못 쓰이거나 지나치게 쓰일 우려가 있는 약에 따로 표시를 붙여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지정되면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에 이를 알리는 문구를 넣어야 하고, 지금까지 예외가 인정되던 자리에서도 달라지는 게 있습니다. 주변에 병원이 없는 지역 등에서는 약사가 처방전 없이 일부 전문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도록 현행 약사법이 예외를 두고 있는데, 이 약은 그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조제하거나 판매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다만 일반적인 처방과 조제 과정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식약처는 지난 6월 행정예고에서 이 표시를 통해 의약 전문가와 사용자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위원들이 전문의약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에게 주의를 다시 환기하는 효과가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지정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방 단계 관리 실태
그런데 이 표시만으로 오남용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을지는 실제 처방 실태를 함께 봐야 하는 문제죠.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실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비만치료제 진료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전체 신청 73만5285건 가운데 93.0%(68만3872건)는 환자가 약제와 용량을 직접 고른 경우였고, 약제별로는 마운자로가 97.3%, 위고비가 69.8%였다고 의원실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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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량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KPIS)에 따르면 위고비·마운자로·삭센다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월 공급량은 2024년 10월 약 16만 개에서 올해 7월 311만9941개로 19배 넘게 불었습니다. 같은 기간 올해 1~8월 누적 공급량은 1841만 개에 이릅니다.
안전 정보가 실제 처방 변화로 이어지는 비율도 낮았습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두 약이 국내 출시된 뒤 올해 6월까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정보 제공에 따른 처방 변경률이 위고비 2.8%, 마운자로 5.8%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DUR은 병용금기, 중복 투약, 용량 주의 같은 정보를 처방과 조제 단계에서 알려주는 시스템입니다. 다만 DUR 정보가 제공됐다고 해서 곧 부적절한 처방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하죠.
정작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
김대중 아주대 의대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비만이 아닌 사람이 약을 쓰는 문제와 함께, 약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쓸 수 없는 환경에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치료 효과가 뛰어난 약인데도 가격이 높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필요한 환자가 비용 부담 때문에 쓰지 못하는 상황을 짚은 것입니다. 김 교수는 언론에서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조차 이 약을 위험한 약물로 받아들이게 되는 점도 우려된다고 덧붙였죠.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는 아직 제자리걸음입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모두 제약사가 비만 치료 적응증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신청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같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프리필드펜’만 일정한 급여 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당뇨병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제약사의 신청이 없더라도 정부가 직권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다만 대체 가능한 치료법이 있는지, 질환의 중증도와 임상 효과가 어떤지를 엄격하게 따지는 절차인 만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 두 약의 직권등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식약처 규제심사를 거친 최종안이 고시로 언제 발령되는지, 그리고 급여 적용 논의가 제약사의 등재 신청을 중심으로 어떻게 이어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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