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필드AI의 기업가치가 1년 만에 5배로 올랐습니다. 현대차그룹이 2월 투자한 지 약 8개월 뒤인 10월 초에 이렇게 평가받게 된 것인데요. 로봇이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하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필드AI의 급부상은 현대차가 자동차를 넘어 로봇과 AI로 미래를 재편하려는 전략이 얼마나 단호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현대차가 필드AI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현대차의 미래상을 봐야 합니다. 현대차 경영진은 "10년 뒤 현대차가 자동차 회사가 아닐 수 있다"고 공언했을 정도인데요.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로봇, 자율주행, AI를 아우르는 첨단 모빌리티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이 변신의 중심에는 로봇이 있죠.

2028년 미국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부터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실제 생산 라인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로봇이 부품을 집어 옮기고 조립 공정을 수행하려면 현장의 복잡한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데요. 이것이 고도의 AI 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필드AI 같은 업체의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현대차가 이 기술을 외부에서 빠르게 확보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시간이 없다는 현실이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가 추격 중이고 테슬라는 가격을 내리고 있습니다. 전통 완성차들이 모두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데 수익성은 더 압박받는 구조죠. 자동차 사업만으로는 미래 성장이 어렵다는 현실적 위기감이 로봇과 AI 기술 확보를 재촉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투자 규모는 이 전략이 얼마나 단호한지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2028년까지 미국에 260억 달러(한화 약 38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는 1986년 미국 진출 이후 40년간의 누적 투자액 205억 달러를 겨우 4년 만에 넘기는 규모입니다. 국내에서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125조 원을 투자하는데, 이 중 50조 5천억 원이 AI, 자율주행, 로보틱스, 전동화 등 미래 사업에 할당됩니다. 전체 투자의 40% 이상을 미래 기술에 몰아주는 구조인 것입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필드AI의 기술이 2028년부터 시작되는 메타플랜트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로봇의 현장 적용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이후 글로벌로 확대될 수 있을지가 현대차의 미래 기술 전략의 성공을 가름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