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10월 7일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국내 코인거래소 대부분이 “가상자산이전업자”로 등록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개정안은 지난 5월 국회가 통과시킨 외국환거래법 개정의 세부 내용을 채우는 것으로, 개정법과 함께 12월 3일 시행될 예정이죠. 황인욱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칼럼에서 가상자산사업자가 새로 들어간 자리가 환전상의 자리와 같다고 짚었습니다.
개인지갑 이동도 ‘국경 간 이전’으로
시행령이 정한 가상자산이전업무의 범위는 거래소끼리 옮기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사이는 물론, 국내 거래소와 이용자의 개인지갑 사이를 오가는 이동까지 포함됐죠. 왜 그럴까요? 황 변호사는 개인지갑으로 빠져나간 코인은 추적이 어려워서 국경을 넘은 것과 사실상 같은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용자가 코인을 빼 가는 것을 거래소가 막을 수 없는 만큼, 등록 대상이 대부분의 거래소로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시행령은 서울 사는 이용자가 자기 개인지갑으로 코인을 옮기는 경우도 국경 간 이전으로 본다고 정했습니다. 황 변호사는 정부의 감시망 밖으로 나간 이동을 국경을 넘은 것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법률이 위임한 범위 안에 있는지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짚었습니다.
.webp)
환전과 송금 사이에 그어진 선
환전상은 외국통화를 사고파는 업자이지만, 국경을 넘어 돈을 보내주는 일은 맡을 수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창구에 온 고객 본인과 외화를 사고팔 수 있을 뿐이고, 송금은 외국환은행만 하도록 두 업무 사이에 선이 그어져 있죠. 황 변호사에 따르면 이 둘은 원래 한 몸이었습니다. 중세 이탈리아 환전상들이 금화를 직접 싣고 국경을 넘는 대신 환어음을 고안해 도착지에서 돈을 내주던 방식이 그 출발이었다고요. 이 선을 넘어 활동하면 무등록 외국환업무로 처벌받는데, 대법원은 등록 환전상이 고객이 건넨 엔화를 원화로 바꿔 고객이 지정한 국내 계좌들로 나눠 보낸 사건에서 1·2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고객 본인에게 원화를 내주면 환전이지만, 제3자에게 보내면 국경 간 지급·수령 업무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황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을 원화로 바꿔주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역할이 달러를 사고파는 환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대만 환치기 조직으로부터 약 175억 원어치 테더를 받고 그 지시에 따라 국내에서 원화를 내준 무등록 환전소 사건이 있었는데요, 법원은 이를 외국환은행의 타발송금과 실질적으로 같은 기능으로 판단했습니다. 개정안은 환전상 규제도 함께 강화했습니다. 상반기 환전영업자 1346곳 가운데 581곳은 외화 매입 실적이 아예 없었고, 불법 송금에 가담하면 한 번의 적발로 등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도 들어갔죠. 황 변호사는 두 규정이 한 개정안에 나란히 놓인 이유가 가상자산사업자가 앉게 된 자리가 바로 환전상의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세청이 지난 5년간 적발한 외환범죄 가운데 가상자산 관련 범죄는 80% 가까이 됐다고 황 변호사는 짚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사업자는 이번 개정 전까지 외국환거래법 어디에도 이름이 없었는데요, 법이 가상자산을 인정하지 않았던 만큼 사업자에게 법적 지위를 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황 변호사는 ‘이전업자’라는 이름만 보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개정안이 마련한 자리가 환전상의 자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짚었습니다.
최근에는 법원이 카지노 환전상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법률 근거가 없는 고시가 덧붙인 확인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제 눈여겨볼 대목은 12월 3일 시행 이후입니다. 시행령이 정한 ‘국경 간 이전’의 기준이 법정에서 어떻게 적용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죠.


.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