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한국거래소는 저PBR 기업 151곳의 이름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코스피 96곳, 코스닥 55곳입니다. 3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로, 2일부터 증권사 거래 화면의 종목명 옆에 '저PBR'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명단은 내년 5월 4일까지 걸립니다.

대상은 상장사 2,431곳이었습니다. 업종별로 줄을 세워 최근 3년, 여섯 반기 내내 코스피는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머문 곳이 185곳이었고, 개선계획을 낸 34곳이 유예를 받아 151곳이 남았습니다. 평균 PBR은 0.25배입니다. 상장사 평균 약 1.8배와 견주면 7분의 1 수준입니다. 이마트는 0.15배, 롯데쇼핑은 0.17배, 가장 낮은 SUN&L은 0.06배입니다.

사진: Pexels · RDNE Stock project

금융위원회가 3월에 겨눈 것은 '주가 누르기' 기업이었습니다. 잉여현금을 쌓아두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미온적인 곳을 드러내 스스로 움직이게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거래소는 내년 151곳에 일대일 컨설팅을 하고, 금융위는 기관투자가가 자사주 매각을 요구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을 고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당을 하면 빠져나간 현금만큼 주가가 내리고, 소각은 시가총액도 함께 줄입니다. 자기자본은 회사가 덜어낼 수 있어도 주가는 시장이 정합니다. 명단이 '망신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명단의 모서리도 보입니다. 코스닥 에코심플렉스는 PBR 0.4배로 높은 축인데도 올랐습니다. 속한 유틸리티 업종의 상장사가 네 곳뿐이어서 업종 꼴찌를 뽑는 조항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업종 규모가 작을수록 불리하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한솔제지와 한솔홀딩스는 나란히 올랐습니다. 자회사가 따로 상장된 지주회사에서는 같은 사업 가치가 두 번 계산되어 주가가 깎입니다.

공개 다음 날 일부 종목은 장중 8% 넘게 올랐습니다. 회사의 장부는 그대로였고, 달라진 것은 이름표뿐이었습니다. 저평가라는 말은 시장이 틀렸다는 판정이기도 하고, 회사가 믿음을 얻지 못했다는 판정이기도 합니다. 두 판정은 같은 숫자 위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장부에 적힌 값과 사람들이 치르려는 값의 간격은 신뢰가 쌓이지 못한 햇수를 잰 기록입니다.

내년 5월 4일 두 번째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는 회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 회사가 바꾼 것이 장부인지 시장의 마음인지는 그때에도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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