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월 19일 내놓은 ‘8월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끌어올렸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끌어올린 전망입니다. 그런데 KDI는 같은 자리에서 반도체를 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하락세에 있다며, 2030년 이후에는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전망치는 5월 2.5%에서 석 달 만에 0.7%포인트나 뛰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3.0%보다 높고,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각각 2.6%로 본 전망보다도 높은 수준이죠.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성장률 상향 조정분 0.7%p 중 0.6%p가 반도체와 수출, 설비투자 등 반도체 파급 효과에 따른 영향”이라며 “올해 전망치 3.2% 절반 이상이 반도체가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출과 설비투자 쪽 숫자는 더 뚜렷합니다.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은 8.7%로 4.1%포인트 올랐고,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은 7.9%로 4.6%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와 내년 모두 3600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평균 연간 1000억 달러 수준과 견주면 훨씬 큰 규모입니다.
성장률 상향과 체감 경기의 간극
이 성장은 아직 일자리와 소비까지 닿지 않고 있습니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를 17만 명에서 11만 명으로 6만 명 낮췄고, 민간소비 증가율은 2.2%에서 2.3%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봤습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총괄은 “성장이 집중돼 있는 반도체 분야는 고용유발 효과가 크지 않고, 성과도 민간소비나 고용 등 가계 소득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느끼는 경기는 성장률보다 훨씬 안 좋을 것이라는 것도 김 총괄의 진단입니다.
반도체 업황에 따라 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같은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김미루 부장은 “우리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더 높아져 반도체 업황에 따라 성장 전망이 크게 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KDI는 글로벌 AI 투자 수요가 위축되면 성장률 전망치가 다시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고, 미국의 관세와 중동 불안 같은 대외 변수도 함께 거론했습니다.
2030년 이후를 내다보는 시선
KDI는 이런 단기 흐름 너머 2030년 이후를 따로 짚었습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하락세에 있어, 2030년 이후에는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기 성장률은 반도체가 끌어올리고 있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반도체 바깥의 경쟁력이 함께 문제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반도체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질지 여부입니다. KDI는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가 예상보다 높아 반도체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7%에서 2.2%로 0.5%포인트 올려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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