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분쟁 끝에 조합과 시공사가 맞춘 금액이 기존보다 평균 39.0% 높았습니다. 서울시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현황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까지 공사비 분쟁·조정은 69건이고, 이 가운데 변경 전후 금액이 확인된 55건이 집계 대상입니다.
인상 폭이 50%를 넘은 곳도 적지 않습니다. 55건 중 16건, 비율로는 29.1%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존 금액의 두 배를 넘긴 사례도 3건 있었습니다.
분쟁이 발생한 해별로 보면 평균 증액률은 2023년 41.4%, 2024년 33.0%였습니다. 지난해는 51.9%까지 올라 3년 연속 30%를 웃돌았죠. 올해 발생한 15건 중 최근 합의에 이른 9건의 평균은 26.5%입니다.
합의 사례와 협상 중인 사업장
합의가 끝난 사업장에서도 인상 폭은 컸습니다.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조합은 지난 2월 시공사 포스코이앤씨와 3.3㎡당 공사비를 678만원에서 1128만원으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66.4% 오른 금액입니다. 시공사가 처음 요구한 1609만원보다는 낮아졌지만 기존 계약보다 450만원 많습니다.
관악구 봉천4-1-3구역은 3.3㎡당 477만원이던 공사비가 774만원으로 62.3% 뛰었습니다. 동작구 노량진7구역은 41.7%, 성북구 장위6구역은 40.7% 증액됐습니다.

협상이 이어지는 곳의 요구 폭은 더 큽니다.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하는 동작구 노량진4구역에서 현대건설은 3.3㎡당 478만원인 공사비를 942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97.1% 인상으로, 기존 계약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인근 노량진5구역에서는 대우건설이 기존 549만원보다 62.7% 높은 893만원을 요구했습니다. 은평구 수색8구역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50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63.2% 올려 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증액 배경과 서울시 대응
시공사들은 증액 이유로 물가 상승,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 면적 확대, 마감재 고급화를 들고 있습니다. 공사비 상승에는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 공사기간 연장, 설계 변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는 2023년 평균 127.90에서 올해 8월 138.74로 8.5% 올랐습니다.
다만 정비사업별 증액률과 이 지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업장마다 최초 계약 시점이 다르고, 증액된 공사비에 설계 변경과 면적 확대 비용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협상이 길어지면 착공이 늦어지거나, 착공 뒤에도 추가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를 막기 위해 21일부터 ‘공사비120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공사 선정과 계약, 공사비 검증, 분쟁 조정, 합의 이후 사후관리를 한 창구에서 지원하며, 변호사와 도시정비 전문가 등 33명의 상담 인력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주재로 연내 착공을 추진하는 11개 조합과 5개 시공사, 8개 자치구가 공동협약도 맺었습니다. 공사비 갈등을 줄여 예정된 착공 일정을 지키겠다는 취지입니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정비사업 공사비 갈등이 장기화하는 핵심 원인은 조합과 시공사 간 정보 비대칭과 불투명한 계약 구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사 초기부터 표준상세내역서를 의무화하고, 객관적 검증 결과가 실질적 조정으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준 제이앤케이 대표는 착공 전에 인상에 합의하더라도 공사 도중 추가 증액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일반분양 이후에는 추가 수입을 확보하기 어려워 늘어난 공사비를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며 “증액 사유와 규모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감독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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