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7일(현지시간) 장중 5.366%까지 치솟아 2002년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국채 금리가 뛰자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집회 자리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금리를 낮추라고 직격하며 통화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날 30년물 금리는 5.732%로, 역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국채 금리는 대출 시장의 기준점 역할을 하죠. 그 영향으로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49%까지 뛰어올라, 2023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물가가 식지 않은 이유

왜 국채 금리가 이렇게 올랐을까요. 물가가 여전히 뜨겁기 때문입니다.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3.4%로 전달보다 상승 폭을 줄였지만,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국제 유가가 이란 전쟁 상황에 따라 흔들리면서, 금융시장은 국채 금리가 움직일 때마다 함께 출렁이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죠.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9%로, 한 달 전보다 0.3%포인트 높아졌습니다. 2023년 5월 이후 3년여 만의 최고 수준이고, 향후 5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올해 들어 가장 높은 2.35%를 찍었죠.

사진: Pexels · Nataliya Vaitkevich

연준의 딜레마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점도표를 함께 내놓았습니다. 점도표는 위원들이 예상하는 금리 경로를 점으로 찍어 보여주는 자료인데, 여기서 연내 한 차례 이상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신호가 나왔습니다. 이날 공개된 의사록에서는 “대다수” 참석자가 연말까지 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고, “여러” 참석자는 현재 금리가 긴축적이지 않거나 미미하게 긴축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추가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와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이 잇달아 10월 인상에는 선을 그었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0월 인상 확률은 18.3%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12월 인상 확률은 80%입니다.

그렇다면 인상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가를 누르려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장기 국채 금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물 금리가 치솟으면 정부는 물론 가계와 기업의 조달·차입 비용이 늘고, 이는 경기 전반에 차례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연준에게는 딜레마로 꼽힙니다.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조엘 칸 이코노미스트는 “차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많은 잠재 구매자가 구매 시장에서 물러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과 주택 시장 침체는 결국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다음 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와 고금리로 체감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8일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에 대해 “(연준) 이사회는 나라가 잘 안 풀리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이어 “우리의 금리는 가장 낮아야 한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승을 두고 “경제 성장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란 전쟁이 마무리되면 물가가 가라앉으면서 두 금리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월가의 시각도 갈립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말 10년물 금리가 5%까지 내려올 것으로 보는 반면, 골드만삭스는 연말 4.75%를 예상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내년 10년물 금리 전망치를 기존 5%에서 5.25%로 올려 잡았습니다.

앞으로는 10월과 12월 인상 확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연준의 공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